지난 25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강한 어조로 방역 실책에 대한 의료계와 언론의 비판에 이같이 항변했다. 그럴 만도 했다. “2년 이상 계속돼온 싸움을 (전체적으로) 봐달라.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소중한 국민의 희생을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해왔다”는 총리의 해명은 틀린 게 없다.
그런데도 코로나 치명률은 뚝 떨어졌다. 1월 23일 기준 치명률은 0.89%였지만 지난 26일엔 0.13%로 낮아졌다. 사망자 급증에도 치명률이 떨어진 건 확진자가 대폭발한 때문이었다. 1월 23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74만1413명이었으나 지난 26일에는 1181만5841명으로 16배 폭증했다. 치명률만 보면 오미크론은 더 이상 위협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다.
정부는 이 데이터에 현혹됐다. 대선을 앞두고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소상공인을 달랠 당근이 필요했던 정부는 이 데이터를 방역 완화의 근거로 제시했다. 오미크론이 독감 수준이라며 방역 고삐를 하나씩 풀었다. 사적모임 인원수 확대와 카페·식당 영업 종료시간 연장, 방역패스 철폐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정점이 아직 멀었다면서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최소한 정점이 지나간 뒤 방역을 완화하자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깡그리 무시했다. 결과는 확진자 세계 1위 불명예였다.
의료계 일각에선 3월 말, 4월 초엔 하루 600~900명의 코로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하루 300명 안팎인 사망자가 2~3배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코로나 희생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코로나19 완치 후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람,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사망한 환자, 병상이 없어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한 암환자나 기저질환자 등의 사망자 같은 ‘초과사망자’가 더 늘 수밖에 없어서다.
방역당국은 초과 사망에 책임이 없다는 식의 변명만 늘어놓는다. 기저질환이 사망 원인이라는 것이다.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팬데믹이 종식될 때까지 국민 희생을 최소화하는 게 방역당국의 소명이다. 새 정부 출범 때까지 남은 기간이라도 그런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 지금은 방역 실책 비판에 항변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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