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방역은 왜 진흙탕에 빠졌을까

입력 2022-03-27 16:59   수정 2022-03-28 00:09

“온 국민이 함께 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잘못된 사실에 대해서는 꼭 바로잡고자 한다.”

지난 25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강한 어조로 방역 실책에 대한 의료계와 언론의 비판에 이같이 항변했다. 그럴 만도 했다. “2년 이상 계속돼온 싸움을 (전체적으로) 봐달라.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소중한 국민의 희생을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해왔다”는 총리의 해명은 틀린 게 없다.
'보고 싶은' 데이터만 강조
그런데 왜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에 날을 세우는 걸까. 쏟아지는 사망자 때문이다. 팬데믹 2년2개월여 동안 유명을 달리한 코로나 희생자는 지난 26일까지 1만4899명이다.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가 창궐하고부터다. 국내에서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된 건 지난 1월 24일. 그때까지 국내 코로나 사망자는 6565명이었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급증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루 20~30명이던 사망자가 3~4배 증가하더니 3월 들어선 하루 200~300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불과 두 달 새 9000명 가까이가 코로나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그런데도 코로나 치명률은 뚝 떨어졌다. 1월 23일 기준 치명률은 0.89%였지만 지난 26일엔 0.13%로 낮아졌다. 사망자 급증에도 치명률이 떨어진 건 확진자가 대폭발한 때문이었다. 1월 23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74만1413명이었으나 지난 26일에는 1181만5841명으로 16배 폭증했다. 치명률만 보면 오미크론은 더 이상 위협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다.

정부는 이 데이터에 현혹됐다. 대선을 앞두고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소상공인을 달랠 당근이 필요했던 정부는 이 데이터를 방역 완화의 근거로 제시했다. 오미크론이 독감 수준이라며 방역 고삐를 하나씩 풀었다. 사적모임 인원수 확대와 카페·식당 영업 종료시간 연장, 방역패스 철폐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정점이 아직 멀었다면서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최소한 정점이 지나간 뒤 방역을 완화하자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깡그리 무시했다. 결과는 확진자 세계 1위 불명예였다.

의료계 일각에선 3월 말, 4월 초엔 하루 600~900명의 코로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하루 300명 안팎인 사망자가 2~3배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코로나 희생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코로나19 완치 후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람,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사망한 환자, 병상이 없어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한 암환자나 기저질환자 등의 사망자 같은 ‘초과사망자’가 더 늘 수밖에 없어서다.
'초과 사망자'는 관심 밖
초과사망자는 코로나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거나 간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한 사람이다.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치 이상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생겨나면서 빚어진 사망 사례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피했을 수도 있었을 희생자들이다.

방역당국은 초과 사망에 책임이 없다는 식의 변명만 늘어놓는다. 기저질환이 사망 원인이라는 것이다.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팬데믹이 종식될 때까지 국민 희생을 최소화하는 게 방역당국의 소명이다. 새 정부 출범 때까지 남은 기간이라도 그런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 지금은 방역 실책 비판에 항변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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